기대수명까지 살기...

[기고] 자살, 지역사회에서 해법 찾기

구효향 사이좋은 방과후 조합원 | 기사입력 2013/08/06 [15:07]

기대수명까지 살기...

[기고] 자살, 지역사회에서 해법 찾기

구효향 사이좋은 방과후 조합원 | 입력 : 2013/08/06 [15:07]
 
▲ 구효향 사이좋은 방과후 조합원  © 수원시민신문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에서 자살관련 업무를 4년째 해오고 있다. 
문제 하나. 하루에 43.6명씩 대한민국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자살이다. 
자살은 질병사를 제외한 사고사로는 1위. 2007년부터 암, 뇌혈관 질환에 이어 5년 동안 부동의 4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사망원인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살 얘기하는 걸 어려워한다. 대부분의 자살사건 뒤에는 복잡한 가정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눈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적절한 애도나 치유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죄책감과 분노감을 경험하다 다시 자살로 생명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대안을 세우는 작업은 모든 일에서 재발을 방지할 기본적인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에 대한 자세는 상식에서 벗어난다. 그러다보니 자살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특별한 대안 없이 현상을 놀라워하기만 하는 동안 몇 년이 흘렀다.
 
 자살은 가정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자살은 한 두가지 문제로 시작해 표준화된 절차를 밟아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 만큼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양상은 다양하다. 사회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육아, 경제, 경쟁, 빈곤, 외로움, 존재감 등 다양한 사회 · 경제 · 정서적 요인들의 조합이 ‘살자’를 ‘자살’로 변화시킨다.

 그럼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자살에 관한 최초의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한 심리학자, 조이너 박사는 자살 관련 요인을 세 가지 정도로 얘기하고 있다. 낮은 소속감, 남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 두려움의 부재로 요약될 수 있다.
 
  낮은 소속감을 가정에서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부여해줄 수 있는 소속감으로 극복
우리는 어디에서든 외롭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불편하지만 누군가에게 소속되고 구속되고 싶어한다. 우리 본능이 원하는 것은 공동체 의식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은 안 된다. 외로움 이론의 권위자, 존 카치 오포 교수가 한 말이다. 온라인에 의존하는 비중이 클수록 더 외로워진다고. 각자 방에서 각자의 휴대폰으로 본인이 원하는 방송을 보며 단순히 한 지붕 아래에만 사는 사람들, 우리들의 가정이 위험하다. 얼굴을 맞대고 부비고 서로 침을 튀겨야 한다. 건강한 소속감과 깊은 공동체 의식은 얼굴을 맞대면서 생성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가족이 둘러 앉아 침을 튀기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니면 온 가족이 런닝맨을 같이 보고 같이 깔깔거리며 뒹굴어라.

가정 내에서의 소속감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부여해줄 수 있는 소속감도 다양하다. 지역사회의 인구구성과 특색에 어울리는 소모임들은 지역주민들에게 또 다른 소속감을 부여해줄 수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동네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동네 전체가 나와 이리 저리 얽혀 있다면 우리는 무궁무진한 소속감을 경험하게 된다. 나와 공집합이 많은 지역주민들은 서로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는 좋은 인적자원이 되는 셈이다.

 남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을 자원봉사로 

스스로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즉 내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소용될 만한 곳들을 미리 미리 물색해두자. 대한민국에서 자원봉사는 점수를 받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거나 나쁜 짓을 했을 때 반성의 의미로 하는 활동. 이제 자원봉사 안에서도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남도 좋고 나도 좋은... 따지고 보면 내가 살자고 하는 활동이 자원봉사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내의 다양한 인적자원들을 모으고 재편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짐이 아니라 약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사회의 구조가 건강한 동네, 활기찬 주민을 만들어줄 것이다.

 미디어의 폭력은 두려움의 부재로 나타나

낮은 소속감에서 온라인 소통이 진정한 소통이 아니었던 것처럼 두려움의 부재에도 구멍이 있다. 바로 미디어다. 미디어의 폭력은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우리들에게 두려움의 망각을 연습시킨다. 낭자한 혈흔과 실감나는 폭행 장면, 살인무기가 난무하는 온라인 게임들은 우리에게 자살의 두려움을 잃도록 연습시킨다.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표현의 자유가 자살의 자유가 되지 않기 위해 일정 수준의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처음 원고 제안을 받았을 때 마음이 불편했다.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써봤자 누가 즐거이 읽어줄까 하고. 하지만 자살예방교육을 다니면서 몰랐던 사실들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던 교육생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얻었다. 좀 더 듣기 편하게 좀 더 부드럽게 다룰 수도 있었지만 자살에 관한한 돌직구를 날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다.
다소 딱딱해서 소화시키기 어렵지만 이제는 같이 나눠봐야 할 얘기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글이 칠보마을 주민들에게 나와 내 가족, 내 지역사회를 스스로를 향한 가해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칠보산 아래에서 기대수명을 채워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칠보산마을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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