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죽음을 각오하는 이유
40만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김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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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사무금융연맹,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보험인권리연대노조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노동과 세계]

9월 18일 오전10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사무금융연맹,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보험인권리연대노조 주최로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보도했다.

전국의 보험설계사는 40만에 이른다. 그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로는 보험회사의 관리감독하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그런데 이런 보험설계사들이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노동기본권이 제약되고,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보험설계사들은 상시적인 부당해고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보험회사의 부당함에 맞서 행동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푸르덴셜 생명 사례

지난 9월 5일 푸르덴셜생명 보험설계사가 회사의 계약해촉을 비관해 서울 강남 본사 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
당시 푸르덴셜생명은 “양 씨는 최근 영업실적, 리더십평가 등 평가 기준에 못 미쳐 해촉했다”, “보험설계사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영업직으로 개인사업자”라며 회사의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에 만연한 실적만능주의와 설계사들을 ‘쓰고 버리는 관행’이 참사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故 양 모씨 경우도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지점장의 위치에까지 올랐으나, 신규 보험설계사에 대한 상위 관리자의 계속된 승인 거부 등으로 지점의 해체뿐만 아니라 해촉까지 당했다. 이에 대해 과정의 부당함과 관련 당사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회사측으로부터 거부를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이후 푸르덴셜생명은 관련 본부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요구 수용과 지점장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푸르덴셜생명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 설계사에 대한 부당 해촉, 해촉시 잔여수수료 미지급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보호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알리안츠 생명 사례

보험설계사의 죽음을 부르는 ‘쓰고 버리는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3월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설계사 조 모씨도 인천 한 아파트 16층에서 투신자살했다.
2006년 알리안츠생명이 출시한 '알리안츠 파워덱스 연금보험'이 문제였다. 알리안츠 파워덱스 연금보험은 원금보장은 물론 연 1.0%의 확정이율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설계사들에게 상품판매를 독려했다. 그러나 이 상품은 2007년에 잠시 누적거래금액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하는 인기를 끌었으나 막상 5년 의무납인기간이 도래하자 원금보장은커녕 그동안 내온 원금의 20%가량을 손해 본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고객의 항의가 빗발치고 조씨는 급여, 집 등의 담보대출과 결혼패물을 처분하면서까지 계약자에게 손해배상을 했지만, 상황을 수습할 수 없었다.
각종 소송에 대해 알리안츠생명은 “상품 판매 시 보험설계사들이 설명 미흡 등 불완전판매를 했기 때문”이라며 설계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당시 피해를 본 한 설계사는 파워덱스 연금보험판매로 환수 수수료만 4000만원을 내느라고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험설계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되는 것은 보험설계사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들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처럼 특수고용노동자에 속해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저항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다.

현대라이프 생명보험의 갑질

보험설계사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또 하나의 사례는 현대라이프 생명보험이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지난 9월 1일부로 전국의 75개 영업점을 모두 폐쇄하면서 전국 600여명의 전속 보험설계사들에게 10월 1일부터 보험계약 수수료를 50%삭감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설계사들은 비대위를 만들어 9월 18일 오전에 여의도 본사 앞에서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수수방관하는 금융당국을 성토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향후 투쟁을 결의했다. 그러나 회사는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설계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방적인 점포폐쇄와 수수료 삭감으로 인해 수많은 설계사들이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며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회사의 부당행위 관리감독 책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권고 등을 모두 나몰라라 하고 설계사들을 두 번 죽이는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전국사무금융연맹,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보험인권리연대노조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과 세계]

노조의 요구

보험인권리연대노조(위원장 오세중)는 △무분별한 보험설계사 모집을 통한 지인·친인척 계약 강요 △사고 다발시 고객 보험료 인상과 보험설계사 수수료 인하 △일방적인 영업정책 변경과 수수료 지연지급을 보험사 부당행위로 꼽았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보험설계사 규모는 40만명에 달한다. 이직률이 매우 높다. 1년 안에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60%나 된다. 현대라이프만 해도 회사 지점 폐쇄와 수수료 후려치기가 이어지자 올해 초 2천200여명이던 보험설계사가 600여명으로 줄었다. 하루아침에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씨는 “설계사들이 일방적인 수수료 후려치기의 부당함을 얘기하자, 회사가 설계사들에게 ‘싫으면 나가라’는 투의 문자 답장을 보내왔다”며 “설계사들이 격앙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정미 의원은 “전체 노동자 10명 중 1명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해 회사 말 한마디에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인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무금융연맹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행정조치로 즉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하고 노동3권을 보장할 것 △국회가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즉각 처리할 것 △금융감독원이 보험회사의 일방적 약관 및 정책 변경 등에 대한 제도개선 및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과 보험인권리연대노조 오세중 위원장, 현대라이프 설계사 비상대책위 손병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 김종인 부위원장, 사무금융연맹 김호정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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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23 [08:28]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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