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은 미국을 위해서도 일했었다"
위키리크스 2011년 폭로한 미국무부 기밀문서에 ‘자주 접촉하는 관계’로 등장
김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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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 사장 [사진 : 미디어오늘]

KBS 언론노동자들의 퇴진 촉구 총파업이 10일을 넘겨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의 10년 전 행적이 사회연결망서비스(SNS)상에서 다시금 화제다.

고 사장이 ‘언론적폐’ 인사로 드러나고 KBS 구성원들이 총파업에 나선 지금은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엔 언론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한 그의 행적이 어떠했는지는 잘 알 수 없던 게 사실이다. 그의 10년 전 행적이 SNS상에서 주목 받는 것도 그런 연유라고 볼 수 있다고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보도했다.

더욱이 정치인들이야 일상적으로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어 일거수일투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언론인들은 그렇지가 않다. 언론이 서로를 감시하는 매체비평이 많이 활성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주류 매체들은, 특히 동종업계(신문은 신문업계, 방송은 방송업계)에서 벌어지는 민감한 화제에 대해선 ‘아닌 보살’ 하는 게 불문율이기도 했다.

고대영 KBS 사장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하겠다. 고 사장이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등을 거치며 불공정보도 등으로 KBS 구성원들의 원성을 키워왔다는 것은 이번 총파업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미국 스파이 아니냐”고 지탄 받았던 인물이란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게다가 그런 논란이 있은 지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11년 8월 말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7년 미 국무부 기밀문서들에 한국의 관료들은 물론 KBS 기자 2명의 ‘정보 제공 행위’가 적시돼 있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바로 여기에 고대영 사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물론 그때는 KBS 사장이 아니라 보도본부장이었다.

2007년 9월19일자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는 고 사장(2007년 당시 해설위원)이 당시 한국의 대선 정국에 대한 정세분석 내용을 미 대사관측에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고위급 KBS 기자는 한나라당의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SENIOR KBS CORRESPONDENTS SEE GNP'S VICTORY)’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고대영 당시 해설위원은 미 대사관과 ‘자주 접촉하는 관계’(frequent Embassy contact)로 표현돼 있었다. 그리고 고 위원은 미 대사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2002년 대선 때 부상했던 민족주의가 쇠퇴했고 ▲국민들은 보다 실용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길 바라며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후보에 신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유로 이명박 대선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언론노조 KBS본부가 2015년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발표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고서> 인용). 기밀문서에 이름을 올린 또 한 사람은 바로 민경욱 당시 KBS 9시 뉴스 앵커였다. 앵커로 유명했기에 문서가 폭로됐을 때 민경욱 앵커에게 이목이 집중돼 고 본부장은 여론의 화살을 비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스파이 행적’ 논란에 대해 고 사장은 전면 부인했다. 2015년 11월 국회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고대영 당시 사장 후보자는 위키리크스 기밀문서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자 “당시 교류 차원에서 만난 것이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스파이’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외교관례상 우리나라 대외공관 파트에서도 그 나라 언론인들을 만나서 의견을 청취한 다음에 대한민국 외교부로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미 대사관)도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언론노조 KBS본부에선 고 후보자에 대해 “미 대사관에 정보원이자 스파이 노릇을 한 것”이라며 “언론인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사장 취임에 반대했다.

어쨌든 고 후보자는 KBS 사장 자리에 올랐고, 지금은 ‘언론적폐’ 인사로 규정돼 KBS 구성원들의 퇴진 압력에 직면해 있다.

사실 2011년 8월 말 위키리크스가 문제의 미 국무부 기밀문서를 폭로했을 때 국내 언론에선 ‘간첩죄’에 대한 적용 대상과 범위를 더 폭넓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형법 98조에 규정돼 있는 ‘간첩죄’가 북한 등 적국에 주로 군사정보를 몰래 건네준 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북한과 대치해온 국내 실정을 감안한 것 같은데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정운현 오마이뉴스 기자는 그해 9월19일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친미 관료·기자들’ 한나라당·조중동은 왜 이 사건 침묵하나>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자국에 해가 되거나 다른 나라를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 폭넓게 ‘간첩죄’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들은 ‘자국에 해가 되거나 다른 나라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단지 군사기밀 유출 등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면 폭넓은 분야에 걸쳐 ‘간첩죄’를 적용해 중형에 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우리도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기밀문서 폭로를 계기로 국내에서 간첩죄 개정 논의가 촉발돼 진짜 간첩죄 적용 대상에 ‘적국’뿐 아니라 ‘동맹국’도 포함됐다면 고대영 당시 KBS 보도본부장은 어떻게 됐을까? 그저 상상 한 번 해봤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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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8 [01:17]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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