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운동포럼 in 수원] 메마른 세상에 불타는 구두, 당신을 던져라
[연속기고1]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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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삶의 공간이자 노동의 공간인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개 약진하는 영역별, 의제별 운동에 대한 ‘소통’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운동의 관점, 통합적 지역운동의 내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2009지역운동포럼 in 수원]에서 억압과 파괴의 시대를 넘어, 자치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지역공동체 재구성을 통한 대안적 삶과 가치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수원시민신문>은 [2009지역운동포럼 in 수원]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학생운동하고 90년 중반에 졸업했다.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자.” 가 선배들의 꼬임이었다. 뭔지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운동을 하는 거니까. 계속 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그냥 홀딱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인권상담을 하던 단체로 흘러들어왔고 배울 게 많겠거니... 배워서 남주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해서 모두 떠난 자리 결국 나만 지키고 앉아 10년을 넘겨 보냈다. 그 사이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속삭임은 모조리 까먹었었다. 이리저리 고개 돌리지 않아도 숨 가쁘게 바빴으니까. 지나치게 일은 많았고 풀어야할 숙제가 어지러웠다.
 
지금에서야 사람들은 이명박이 다 문제라 그렇다고 하지만, 우린 김대중 때도 바빴고, 노무현 때도 바빴다. 그때도 주저앉아 통곡하고 싶었던 적이 수없이 많았다. 노동법 개악될 때가 그랬고, 손배 가압류로 노동자들이 열흘이 멀다하고 크레인에 목을 매고, 몸에 불을 부칠 때가 그랬다. 파병으로 전투병이 국경을 넘어갈 때, 대추 초등학교가 맥없이 무너져가던 5월, 택시노동자가 몸에 불을 지르며 FTA만은 안된다고 하던 겨울,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이 짐승처럼 끌려 나오던 맨바닥의 백화점까지 모두 그랬다. 세월은 늘 너무했다.
 
그리고 이명박이 왔다. 벼랑 끝에서 두 팔을 벌리고 서서, 그래 니가 죽나 내가 죽나 두고 보자 이를 악무는 심정일 뿐이었다. 지나간 두해는. 용산, 쌍용, 그리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이 무수히 무너지는 사람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때문에 더 힘들었다. 희망이라고는 태어나서 한번 본 적도 없었던 것처럼 가물거렸다. 광장을 지폈던 촛불은 맥없이 사그라들었고, 촛불 시즌2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허무맹랑해 보였다. 솔직히 그랬다. 변화에 대한 열망 앞에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었던 우리들. 그걸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다시, 어디서 시작해야할까. 이렇게 옆조차 둘러 볼 겨를도 없이 놈이 낸 숙제만 풀면서 살 것인가. 인생을 걸고 가는 길인데, 내가 내 인생을 걸었는데.
 
관념에 그치는 지역운동이 아니라, 관성에 지치는 연대운동이 아니라, 나의 삶과 미래와 타인의 삶을 모두 뒤흔들어 행복을 지향하게 하는 운동, 그 꿈을 지금 다시 꾸고 싶습니다. 과감히 포기할 것이 있다면 포기하고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로... 촛불과 지역운동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배에 승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촛불에서 얻은 힘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촛불과 지역운동> 박진

 
벌써 85번째 촛불을 들고 있는 수원촛불은 지겹지만 유일한 낙이다. 평생 마주칠 일도 없었을 전업운동가들과 일반 시민들이 매주 수요일 촛불을 들고 만나니, 속 시끄러운 일도 많지만 대부분 서로에게 새록새록 배우는 게 얼마나 많겠나. 수요촛불을 기본으로 두고 닥치는 모든 사안을 함께 받았다. 일제고사투쟁, 비정규직 투쟁, 사회공공성 투쟁...비록 기자회견, 일인 시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었으나 정파와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연대투쟁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모두 촛불에서 나왔다.
 
▲ 오는 11월 20일~23일까지 아주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리는 <지역운동포럼 in 수원> 일정표. 행사관련 문의는 070-8276-7973으로 하면 된다.     ©수원시민신문(제공 유이)

 
촛불에 나와서 일주일 묵은 수다를 다 떨고 가는 직장인, 관성에 젖은 노동운동보다 생동감 넘치는 촛불이 좋아서 꼬박꼬박 출근 도장을 찍는 민주노총 조합원, 아프리카 방송만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뛰쳐나온 쪼꼬만 회사 사장님, 운동권보다 더 투쟁을 좋아하는 회사원, 애들 밥 먹이고 나오면 촛불 시간에 언제나 조금 늦을 수밖에 없는 15년차 전업주부. 그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언성 높이지 않으면 대화 섞을 일도 없을 법한 조직과 단체가 1년 넘게 묵묵히, 해야 할 일 앞에서 연대하면서 같이 왔다. 신뢰와 실천으로 더 밀고 나가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촛불을 드는 것, 선거 때 투표하고 누구를 지지하는 것.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말고는 없는가.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이명박 퇴진’을 결정했고, 촛불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퇴진’ ‘독재타도’의 구호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퇴진운동은 ‘구호’와 ‘서명운동’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심판론’으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심판은 ‘선거’에서 완성될 수 없음에도 민중들의 정치개입은 이미 ‘제도권 선거’로 국한되고 있음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운동포럼 제안문> 안병주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고, 발굴된 주체들과 지역운동은 어떤 흐름으로 재구성될 것인가, 선언적 급진성을 제외하고 남이 있는 게 없는 대중운동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도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지역운동포럼을 처음 출발하는 문제의식이었다. 특히 다가오는 2010지방자치제 선거. 풀뿌리 자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은 사라지고 정치공학적 접근 외에는 이야기되는 것이 없는 이때. ‘반이명박 전선’‘민주대연합’또는 ‘진보대연합’과는 다른 이야기와 대안은 무엇인가.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지역적 대안, 운동적 변화, 삶의 성찰을 함께 다루는 장은 없는가.
 
그러한 문제의식을 담기 위해 [지역운동포럼 in 수원]은 새로운 만남, 신나는 변화, 발칙한 상상이라는 타이틀로 준비되고 있다. “촛불, 지역에서 길을 묻다”, “관객 민주주의를 집어던져라”라는 두 개의 공통토론과 환경, 노동, 주민운동 토론회, 성폭력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 윤구병 선생님과의 대화, 인권콘서트 들이 행사의 내용이다.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만남의 과정을 성실히 채우며 단체와 단체가 개인과 개인이, 그리고 다시 단체와 개인이 만나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하나의 행사에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모조리 담아져서도 안되는 것이고. 다만 거칠고 메마른 세상에 던져진 한 알의 불씨가 어떻게 광야를 불태웠는지 다시금 목격하고 싶을 뿐. 그것이 개발과 폭력의 시대를 뚫는 지역의 공동과제였으면 한다. 위기는 늘, 도전과 함께 온다. 이명박이 위기라면 이 시대는 분명 도전해볼만 한 시대이고 그걸 보여준 촛불광장을 잊지 않겠다는 것. 무엇도 모르고 나왔던 지역. “그래 다시 지역에서 해보자”는 외침이 귓전을 왕왕 울리는 것. 메마른 대지에 불타는 당신. 횃불로 전화되지 못하고 광장 한귀퉁이에서 외롭게 서 있는 당신을 던지는 것. 지역운동포럼 in 수원. 그곳에 초대한다.
“우리가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우리의 길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 Myles Horton의 대화집 중에서...


* 이글의 제목은 신현림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에서 따왔으며, 2009지역운동포럼 in 수원 행사 중 인권콘서트 제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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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2 [13:09]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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