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감옥'-이석기내란음모사건의 진실을 읽고
[서평] 이대동 대구시민
이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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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재미없는 소재를 문영심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tv다큐멘터리 작가는 치열한 연구와 자료탐독, 폭넓은 인터뷰에 기초하고 오랜 내공을 더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냈다. 실은 다시 떠올리는 일이 버겁고 다시 응시하기엔 풀리지 않은 그 시간들이 남긴 어혈 탓에 쉽지 않은 독서겠다 싶었으나, 자신도 두려웠다는 작가의 표지말에 용기를 가다듬었다.

 

 

 형해화되어버린 민주주의와 가혹한 분단현실을 염려하면서도 유독 이석기라는 이름만큼은 접근을 허용치 않는 금기어가 되어 있는 지금. 억압한 자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아직 우리 사회는 그를 피해자가 아니라 자초한 자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런 탓에 고백하자면 이석기라는 이름을 불러낼 때마다 나는 자기검열을 경험해 왔다. 대화와 관계에서, 정치적 행위에서 명백히 손해만을 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늘 찝찝했다. 언젠가 역사가 진실을 밝혀낼테지하는 논리 뒤에 숨어버린 비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알려고도 하지도 않고 있다는 자각, 있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응시하지 못하는 자괴감이 더해진 탓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광풍에 그와 동료들은 사이비종교집단, 발달장애라는 비하성 조롱에 시달렸다. 80년대의 화석이라거나 낡은 진보라는 힐난은 게 중 점잖은 표현이었다.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단 한번도 허락되지 않은 일방적인 여론마녀사냥은 위력적이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고 지나자 사람들 사이에선 이 사건의 시작점에 놓인 팩트가 판이하게 다르게 인식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억은 편집된다고 했다. 누구는 5월 폭력사태에서 멈추고, 누구는 한국일보 녹취록에서 멈추고 또 다른 누구는 이정희의 농담발언에서 정지화면 상태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시 되돌려 기억을 바로잡거나 복기할만큼 의미있는 일도 아닐 것이다. 숱한 진보진영과 지식인,언론은 침묵과 망각에 갇혀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 전 사건들의 재심조차 곡절이 산을 이루다 마침내 거짓과 진실의 검색대를 지나왔듯, 진실을 둘러싼 전모 앞에 기억의 편집은 역사에 대한 게으름, 나태가 될 수 있다. 여기 갇히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그가 체포되던 날 여의도 국회 계단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 그는 말했다. 지리산 자락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는데 조국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나의 조국은 여기입니다...


작가의 말대로 60년전 죽은 진보당과 36년 전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신원은 현실의 위협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가 살아숨쉰다는 근거가 되었지만, 살아있는 그들과 진보당은 사사건건 현실의 위협이 되었다. 그들은 내란범이 되어야 했고 그것이 진실의 시작이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의 뻔한 항변, 억울한 복기가 아니라 놓인 갈 길 앞에서 짐꾸러미에 챙기고 주워담을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생각의 처벌’이라는 야만에 맞설 요량이라면 이석기를 두려움없이 호명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두려움을 이기는 힘을 물어 얻으러 작가가 야생초를 벗하며 살아가는 강원도 양구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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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26 [12:46]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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