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수요낭독공감’에서 박영근 시인을 그림
한국작가회의가 마련한 수요낭독공감
김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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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가다가 / 울다가 일어서다가 / 만나는 작은 빛들을 / 시라고 부르고 싶다. // 두려워 떨며 웅크리다 / 아주 어두운 곳으로 떨어져서 / 피를 흘리다 절망하는 모습과 / 불쌍하도록 두려워 떠는 모습과 / 외로워서 목이 메이도록 / 그리운 사람을 부르며 / 울먹이는 모습을, /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 지나간 시절이 원죄처럼 목을 짓누르는 / 긴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 맺히도록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 받아들이고 부딪치고 / 부딪쳐서 굳어진 것들을 흔들고 / 흔들어 마침내 /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 흐르는 힘을 / 시라고 부르고 싶다. //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일을 / 뉘우치는 시간들 속에서 / 때때로 스스로의 맨살을 물어뜯는 / 외로움 속에서 그러나 / 아주 겸손하게 작은 목소리로 / 부끄럽게 부르는 이름을 / 시라고 쓰고 싶다.

-박영근시인의 ‘서시’ 전문

 

평생 노동자의 마음을 시로 헤아리고 매만져온 시인의 문우와 지인들이 가을밤 그를 그리워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보도했다.

 

. 지난 9월 28일, 한국작가회의와 교보문고 공동주관으로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홀에서는 열린 ‘수요낭독공감’에서는 박영근시인의 10주기를 기념하며 시인을 추억했다.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 박일환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생전에 시인과 두터운 친분을 맺었던 김해자시인과 김주대시인, 문동만시인이 시인과의 추억담을 소개하고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김주대시인은 노랫가락을 흥얼거리고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며 밤새 술을 마셨던 시인과의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시인의 시 ‘물소리’를 들려줬다. 김해자시인은 ‘평생 노동시를 써왔지만 노동자도 못되는 시인’이라며 풍부한 감성으로 현실과 리얼리즘을 말했던 시인의 시를 보면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듯한 시가 많다고 술회했다.

제1회 박영근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문동만시인은 시인의 ‘서시’를 낭송하고는, 일하며 먹고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시를 써야하는 시인의 갈등이 잘 표출된 시를 20대에 썼던 시인에 대해 존경을 표했다.

영상을 통해 생전의 시인 모습과 육성시 낭송도 곁들여 선보인 이날 행사에서는 관객들의 즉석 시낭송도 있었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원작자로 알려진 박영근시인은 노동자생활을 하며 <반시>에 시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활동한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자시인이다. 

이후, 박노해, 백무산, 이소리, 김해화, 김기홍 등 노동자시인들이 그의 뒤를 이어 활동하면서 그는 노동시와 민중시의 상징이 됐다.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창립회원,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재창립 회원으로 참여하는 등 민중민족문화운동에 매진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 부회장, 인천민예총 사무국장, 인천민예총 부지회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등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원작이 실린 <취업공고판 앞에서>를 비롯해 <대열>, <김미순 전(傳)>,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저 꽃이 불편하다>,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가 있으며 산문집 <공장옥상에 올라>와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와 2009년에 펴낸 첫 시선집 <솔아푸른솔아> 등이 있다.

<저 꽃이 불편하다>로 백석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세 번째 시집 <김미순 전(傳)>으로 제12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다.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를 맞은 지난 5월에는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 김이구) 주관으로 실천문학사에서 그의 전집이 출간되기도 했다.

 

* 박영근시인의 에피소드 하나

1990년대 말 논술학원 교사 채용시험을 봤다. 그러나 4권의 시집을 냈고, '신동엽창작기금'까지 탄 그에게 학원에서는 '대학 졸업장을 가져오라', '모파상에 대해 써보라'고 주문을 했다고 한다.

친구인 신현수시인은 '박영근'이라는 시에 이렇게 썼다.

"시험보고 와서/ 술을 먹는데/ 영근이는 눈물 글썽이며/ 자존심 때문에 졸업장 없다는 말은 못하고/ 문학단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되겠다고 했단다./ 세상이여 제발/ 내 친구 영근이에게/ 예의를 지켜라."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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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29 [22:51]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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