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기사의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 업무상질병 인정(산재승인)

김영아 기자 | 기사입력 2015/04/14 [14:06]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기사의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 업무상질병 인정(산재승인)

김영아 기자 | 입력 : 2015/04/14 [14:06]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기사의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 업무상 질병 인정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2015. 3. 23. 2015 판정 제131호]

1.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작업장에서의 장기간 유연납의 사용, 유기용제 및 전자기장의 노출을 재확인한 판정

지난 2015. 3. 23. 근로복지공단 대전질병판정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동대전센터에서 근무해왔던 이현종씨에게 발병한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된다는 판정을 하였고, 4. 13. 판정결정서를 송달하였다.

위원회는 전자제품 수리기사였던 신청인의 업무 특성상 유연납을 장기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작업장 구조와 환경시설이 열악하고 보호구도 없이 공기 중 납 분진 및 흄에 상당히 노출된 상태에서 약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작업을 하였으며, 유기용제 및 전자기장 노출에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하여 신청인의 질병과 작업환경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단하였다.

2.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아니한 희귀질환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지표로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하였고, 특히 작업환경 변경으로 작업환경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도 과거 동종산업의 특성 및 동종사업장에서의 작업조건 등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정

위원회는 과거 작업장에서의 납, 유기용제 및 전자기장의 노출정도나 체내 축적량 등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① 과거 전자제품에 유연납의 사용량이 많았다는 사실, ② 작업환경이 바뀐 시점 이후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특수건강검진 결과상에서도 체내 납 축적 농도가 4.6㎍/㎗에서 6.5㎍/㎗ 정도로 일반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과거 신청인의 작업과정에서 적지 않은 양의 납에 노출되었을 것을 합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다는 사정, ③ 근위축성축삭경화증이 인구 대비 발병률이 낮은 희귀질환으로 많은 사례가 축적되지 아니하였다고는 하나 유기용제 및 전자기장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조금 더 높은 발병률이 나타나고 해당 유해인자와 상병과의 관련성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작업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④ 근위축성축삭경화증은 뇌 및 척수 운동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통상 40대 이후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신청인의 경우 만 38세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였으나 이 사건 질병의 위험인자인 가족력이나 흡연력이 없다는 사실 등을 바탕으로 신청 상병은 신청인의 업무 환경과 상당한 인과관계를 갖는 질병으로 판단된다고 보았다.

3. 이번 판정을 계기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노동자들을 비롯한 전자산업에서 일하다 원인도 모른체 고통받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용기를 내어 업무상 질병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다양한 화학물질과 중금속 등에 노출되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병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만을 취해왔다. 최근 법원을 통해 직업성 질병임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전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은 전자제품 제조업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수리서비스업에서의 직업성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정이다.

또한 ‘의학적 증거’에만 의존한 협소한 판단이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법리에 충실하게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함으로써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희귀질환 피해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근로복지공단은 유기용제, 중금속, 전자기장 등 여러 유해인자로 인한 직업성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판단기준들을 마련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하여 줄 것을 기대하며, 그동안 전자제품관련 산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누려온 삼성그룹은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을 그만두고 적극적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직업성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치료와 생존을 위한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판정이 루게릭 투병으로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현종님과 그 곁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별첨자료

붙임1. 질병판정서

붙임2. 이현종님의 부인 서인숙 님의 최후진술(2014. 3. 23. 근로복지공단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낭독)

2015년 4월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붙임2. 이현종님의 부인 서인숙 님의 최후진술 (2014. 3. 23. 근로복지공단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낭독한 내용)


제 남편은 5급 장애인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낳고 사는게..너무 평범한 삶이 남편의 꿈이었습니다. 꿈을 이룬 남편은 정말 열심히 성실히 가정과 일 밖에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지금은 1급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왜 우리 남편이 1급 장애인이 된 건지 너무 억울합니다. 죄가 있다면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산 죄 밖에 없습니다. 늘 피곤해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힘들어 했습니다. 남편은 어릴때부터 교회에 다니며 술담배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늘 건강할꺼라 생각하고 실제로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머리를 옆으로만 돌려도 너무 아파하며 힘들어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거지 하면서 약먹으면서 지냈습니다. 20년을 다닌 회사에선 여름휴가 한번 가보지 못하고 오히려 루게릭이란 진단 받고 휠체어 타고 물놀이를 갔는데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장님께 대출까지 해드리며 회사에서 살아 남으려고 몸부림쳤던 남편은 그렇게 회사를 퇴사하고 루게릭 진단을 받고 4개월만에 인공호흡기를 차고 잘 나오지 않는 말을 힘겹게 했던 마지막 말이 나 버리지 마 였습니다. 서로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고 가엾어서 가슴이 미여집니다.


3년이 흐르고 있지만 좋아지지 않고 점점 나빠져서 이제는 눈꺼풀도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 의사소통도 어려운 지경입니다. 미칠수도 죽을수도 없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강도라도 들어와서 우리 다섯식구 조용히 보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정밖에 모르던 세상에게 가장 성실했던 남편은 우릴 두고 떠날까봐 걱정하며 하염없이 눈물 흘릴때면 제가 너무 싫습니다. 그보다 못한 직업이 없는데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 왜 그만 두라고 말하지 못했는지 후회스럽습니다. 20년을 다닌 직장에선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천장만 힘없이 바라보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남편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합니다.


폐가 많이 줄었다고 의사선생님이 걱정하시며 호흡이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며 심폐소생을 할꺼냐며 물었습니다. 저희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남편의 또 저희의 마지막 희망인 산재가 꼭 되어서 남편의 근심인 저와 3남매 걱정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루게릭병은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편이 일한 곳의 환경 때문에 온게 아니라고는 말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신중하게 생각해주시고 잘 검토해주셔서 한 가장의 평생을 평가해주시고 억울함이 없도록 도와주십시오. 남편을 끝까지 버리지 않겠다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며 남편을 외롭지 않게 돌봐주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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