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을 채우는 황구지천에는
[칠보산 마을신문]칠보산 단상 3
이진욱 도토리교실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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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 황구지천의 모습 © 들꽃처럼
세상의 모든 신록이 무성하게 칠보산을 채우고 있습니다. 바라보면 볼수록 연한 초록이 나무마다 다르게 피어나고 시원스럽게 출렁이는 호수처럼 보입니다. 텃밭에는 조금씩 고개 내민 새싹들도 거뭇거뭇하다가 금방 환한 모습으로 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만물이 약동하는 기운으로 가득찬 이 좋은 계절에는 눈이 즐겁기만 합니다. 차디찬 맨 땅에서 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들풀의 꽃들, 모든게 피어나고 보여주고 싶은 시기입니다.

  요즘에는 자연물로 만드는 목공교실 체험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서너 번 씩 수목원을 다녀오고 있습니다. 주로 체험 신청을 유아 또는 유치원생들이 했는데 지난주에는 수녀 40여분이 예약신청 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연세가 많으시고 걷고 서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시며 먼 세상을 둘러보시는 얼굴입니다. 힘드신데 자연물로 만들어 내실까 했지만 수녀님들은 나무꽃목걸이와 나무솟대, 그리고 나무의자를 주로 선택하여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 너무나 즐겁게 하며 오늘 참석하지 못한 동료수녀님까지 덤으로 더 챙기거나 만들어가는 기쁨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날 수업을 마치고 봄숲이 주는 느낌이 어떤 것이지 돗자리를 들고 칠보산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서늘한 바람속에 푸른 잠을 자고 싶은 충동을 옮겨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무아래 누워서 깊은 잠속에 지나온 칠보산이 품어준 삶이 스쳐갑니다. 칠보산이 주는 보물이 무엇인지. 그 보물을 찾기 위해 내가 여기에 온 것인지. 세월이 갈수록 칠보산이 넉넉하게 품어준 것이 무엇인지 해질녁 도토리교실 마당에 있는 평상에 앉자 불그스레 노을지는 저 먼 곳으로 상념에 잠기기도 합니다.

칠보산 주변에 논농사와 밀접한 황구지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수원환경운동센터 하천팀에서 2004년도부터 매월 주기적으로 황구지천 모니터링 활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여름철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하천과 함께 생명의 물길을 이어온  하천둔치에 있는 나무를 바다 베어낸 것입니다. 있을 때는 소중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베어지고 난 다음 하천에는 아름드리나무의 모습이 사라지고 우리가 버린 생활 쓰레기들로 넘쳐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의 탓이지 수년전 동안 가만 서있는 나무의 탓으로 돌려 다 베어낸 지금의 하천은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곳을 구청 하천 담당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며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전에는 관과 시민단체가 하는 일들이 서로 별개의 일처럼 처리되고, 문제가 나면 사후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대세이었는데, 요즘엔 함께 둘러보고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이해를 나눌려고 합니다 .

 녹색지구를 만드는 일에는 우리동네 작은데서 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 마을의 생명의 물길을 이어주는 황구지천을 두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심속에 흐르는 자연하천인 황구지천에서 반딧불이가 찾아오고 모내기 끝낸 논에서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도 듣고 싶은 곳으로 변했으면 합니다. 칠보마을에서 보물로 여겨지는 칠보산과 황구지천을 아끼고 보전하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황구지천 주변에는 어떻게 하면 개발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하천에는 토종 물고기와 외래종 베스와 나일틸라피아들이 한바탕을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이 치열한 실정입니다. 우리 것이 사라지고 토종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호매실 택지개발로 논습지가 없어지고 칠보산과 황구지천을 이어주는 물길도 우리들 생활에 필요한 체육시설이나 놀이공원으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천과 논습지는 생물다양성의 이어주는 길입니다. 새들로 오가는 곳이 살아있는 자연입니다. 요즘 황구지천 빈들에는 모든 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논에 물과 함께 모내기가 한창이고 새들도 분주하고, 개구리 울음소리도 가득합니다. 지난 어두운 밤에는 이곳에서 수원청구개리 소리를 듣기위해 다녀보기도 했습니다. 예전부터 이곳을 지켜왔던 수원청개구리의 모습이 보이고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살아났으면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우리의 욕망을 채우는 되돌릴 수 없는 욕망의 탑을 쌓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초록이 기운찬 손과 날개짓 하는, 그래야 살만한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보여집니다.

-[칠보산 마을신문 창간준비호 3호에서] 칠보산 단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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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02 [17:18]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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