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지(조립)공정 작업자에게서 발병한 폐암을 산재로 인정한 서울질병판정위원회 판정을 환영한다.
이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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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도체 패키징(조립) 공정에서의 폐암 첫 산재 승인사례

 

지난 2019. 7. 29.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반도체 패키징 회사) 서울 성수동 공장에서 몰드공정 유지보수 업무를 1711개월 간(발병시까지) 수행하다 폐암으로 사망한(폐암 발병 당시 만 42)한 고 신영문님의 폐암 상병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다.

 

그간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병한 폐암 상병에 대하여 두 건의 공단 산재 승인 사례(삼성반도체 기흥/화성공장 웨이퍼 가공라인에서 비소 노출로 인한 인정사례)가 있었는데, 반도체 패키징(조립) 공정에서 폐암 산재 승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승인 과정에서 폐암 상병의 역학조사 기관인 직업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역학조사 및 업무상 질병 판단에 있어 다음과 같이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2. 폐암 관련 역학조사 기관인 직업환경연구원의 판단의 한계와 문제점   

1) 회사가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한 점을 역학조사에 반영하지 않음   

대법원은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행정청의 조사 거부 등으로 인해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재해노동자 측에 유리한 간접 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1066 판결 참조).

 

연구원은 회사측에 벌크시료 분석을 위해 몰드공정에 사용되는 대표적 물질인 EMC(에폭시몰딩컴파운드) 제출을 요청하였으나, 회사는 EMC 샘플 제출을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연구원은 몰드공정의 핵심 물질인 EMC를 확보하지 못한 채, 몰드공정에서 폐암 유발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2) 회사가 임의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근거로 몰드공정에서 결정형 유리규산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림  

회사는 연구원에 MSDS임의제출하면서, 폐암 유발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이 포함된 물질안전보건자료는 배제하였다.

 

EMC에 결정형 유리규산이 포함되어 있음은 문헌 연구를 통해 확인되며, 이런 사실은 노동조합이 어렵게 확보하여 공단에 제출한 MSDS를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됐다. 무엇보다 연구원이 실시한 작업환경측정에서 결정형 유리규산이 실제로 검출됐다.

 

그러나 연구원은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회사가 임의 제출한 MSDS만을 근거로 몰드공정에서 결정형 유리규산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사업주가 제출하지 않아 몰랐다면 그에 대한 점을 역학조사 자료에 명시했어야 한다.

 

3) 벤젠을 폐암 발암요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문제점   

연구원은 “EMC(에폭시 몰딩 컴파운드) 및 금형세정제의 열분해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미량의 부산물이 발생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이들 물질은 모두 아직까지 폐암 발암물질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고 하였다.

 

그러나 2018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재평가를 거쳐 벤젠이 백혈병 뿐 아니라 폐암의 발암요인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국제암연구소 모노그래프 120) 벤젠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역학연구에서 폐암이 유의하게 초과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위와 같은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벤젠이 아직까지 폐암의 발암물질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4) 역학조사 실시 이전의 작업환경이 훨씬 더 열악할 것이 합리적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였음

고인은 1990년대부터 몰드공정에서 작업하였으나 연구원이 실시한 작업환경평가는 2019년에 실시되었다.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징을 고려하면 역학조사 실시 이전의 작업환경이 현재보다 훨씬 더 열악했을 것임이 당연히 추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연구원은 역학조사에서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고인의 폐암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연구원의 결론은 위와 같은 점들을 간과하였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3. 반도체 조립 및 몰드공정의 유해성 인정  

반도체 조립 공정에 속하는 몰드공정에서는 EMC 등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카본블랙, 결정형 유리규산 등의 발암 물질이 발생하며, 유지 보수 작업자는 위험하게도 에어건(Air Gun)을 이용해 분진을 제거하고 몰드 금형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유해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된다.

 

서울질병판정위원회는 올바르게도, 역학조사 시행시점인 2018년보다 1990년대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42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이 발생한 점, 17년 동안 (발암물질에 노출 가능한) 몰딩공정에서 근무한 점을 감안하고, 다른 비업무적인 요인을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업무와 폐암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하였다.

 

몰드공정에서 장기간 근무한 작업자가 폐암 발병 유해요인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인정한 서울질병판정위원회의 상기 판정은 타당하다. 이를 계기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반도체 조립 라인의 유해요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와 재해보상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역학조사 기관의 문제점이 개선되고 평가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2019910

 

전국금속노동조합 / 법무법인 여는 (금속노조 법률원) /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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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0 [21:23]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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