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노사협의회에 드리는 반올림 의견서
[자료]경위 및 의견서
이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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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 노사협의회에 드리는 반올림 의견서]

 

1. 경위

 

서울반도체에서 일하다가 악성 림프종에 걸려 투병 중이던 이가영 님이 48일 밤 1143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가영 님은 20179월에 악성 림프종을 진단받고 힘든 투병을 이어왔습니다. 20189월에 림프종이 재발하여 다시 독한 항암치료를 받은 뒤 20191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810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이가영 님의 악성 림프종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여, 그나마 무거운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2월 초, 퇴원한지 겨우 사흘째 되던 날,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이 집으로 찾아와 산재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족들이 그처럼 부당한 행동은 하지 말아달라고 절규했지만, 회사는 이미 1월에 취소 소송을 제기한 뒤에 사후 통보를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반올림에서도 서울반도체()에 공문을 보내어 소송이 이가영 님과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설명하고 소송 취하를 간곡히 부탁하였으나, 회사는 아무런 답변도 않은 채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재발과 치료로 몸과 마음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고인에게 이런 회사의 통보가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 지를 생각하면 다시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49일 저녁 고인의 빈소에 서울반도체 직원들과 함께 대표이사가 찾아왔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유가족들이 울분을 토했습니다.

 

일하다가 병 걸린 애 치료도 안 끝났는데, 산재 취소 소송해서 힘들게 해놓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소송도 취하하지 않고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소송을 취하하기 전까지 장례 안치를 거다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는 당장 혼자서 취소 결정을 할 수는 없고, 내일 오전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서울반도체 노사협의회에 참가하시는 노동자들이 올바로 판단하실 수 있도록 의견서를 드립니다. 대표이사와 회사의 대응 수준을 볼 때, 반도체 직업병에 대한 회사의 이해수준이 매우 낮아 노사협의회에 이 사안에 대한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지 않아, 반올림이 의견을 드려 판단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디 서울반도체가 몰지각한 소송을 중단하고 사회적 지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엄정하게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반올림 의견

 

1) 유해물질 노출

서울반도체는 벤젠 등 유해물질 취급한 적이 없음’ ‘설령 벤젠 등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노출기준에 미치지 못함’ ‘다년간 수차례 시행된 전문기관의 작업환경측정결과는 양호함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늘 해왔던 주장입니다. 에폭시 수지 등 고분자 물질이 고온으로 가열되거나 자외선 등을 받게 되면 벤젠, 포름알데히드 같은 발암물질을 반응부산물로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고체로 경화하는 과정으로 물질이 기화되지 않아 유해 공기가 발생할 여지없음이라는 회사 측이 주장은 반도체 회사의 전문성마저 의심받을만한 무지를 드러낼 뿐입니다. 고체가 기화되는 것이 아니라 고분자 물질이 빛이나 열에너지를 받아서 경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근무했던 몰드파트 배합공정에서 사용된 OE-6630A(주제)OE6630B(경화제)의 경우 포름알데히드는 150이상에서 벤젠은 149이상에서 발생 가능하다는 점, SCR1016B150이상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서울반도체는 고인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작업환경측정결과가 노출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이 역시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무지를 드러냅니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미국에서, 1980년대 후반 이후 작업환경 측정결과의 94%가 노출기준의 1% 미만이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노출기준 초과는 고사하고, 매우 낮게 검출되는 조건에서 암과 생식독성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회사에서 작업환경측정결과가 노출기준을 넘어 직업병이 인정된 것이 아닙니다.

 

작업환경측정 제도는 필요한 것이지만,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공기 노출 외의 노출경로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점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 측정업체를 회사가 선정하는 제도가 낳는 문제, 법정 측정대상 물질조차 측정에서 누락되는 사례가 발견되는 등 제도와 운영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불완전한 제도입니다. 때문에 산업보건 전문가들 사이에 작업환경측정제도와 결과에 대한 불신은 매우 높습니다. 서울반도체처럼 작업환경 측정결과 노출기준을 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야간근무는 그 자체로 발암요인입니다. 한국 전자산업에 가장 일반적인 43교대제도 비판받고 있는데, 고인과 같은 주야간 2교대 작업은 그 자체로 극악한 근무형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2) 대법원 판례

 

반도체 공장은 대표적인 독성화학물질의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암물질, 생식독성물질, 생식세포변이원성 물질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게 쓰이는 사업장입니다. 에폭시 등 고분자물질, 고분자물질을 묽게 해주거나 오염물질을 닦는데 쓰이는 각종 유기용제들, 황산 같은 화학물질, 제품의 검사 등에 쓰이는 방사선 설비까지 온갖 유해한 요인들이 가득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발암요인인 교대제 야간근무를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반도체 직업병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이런 반도체 회사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개별 유해요인에 대한 노출 수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첨단산업의 특성 상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직업병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부족한 상황을 감안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ㆍ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첨단산업에서는 산재보험제도가 본래 목적과 기능에 더욱 충실해야하고, 당사자 간 이해관계 조정과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제도가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으며, “경제ㆍ산업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밝히지 못한 위험을 핑계로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 위험을 경계하며 판정하라는 주문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사회가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두고 오랜 고통과 소모적인 갈등 끝에 다다른 소중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3) 회사와 임직원의 명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는 산재승인 취소소송이 돈이 아니라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임직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라고도 했습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회사와 임직원의 명예를 위한 것인 지를요.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서 서울반도체만은 예외적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유지하는 것인가요? 그런 주장을 위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몰지각한 소송도 불사하는 것인가요?

 

열심히 일하다 병에 걸려 고통 받는 노동자가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 아닐까요? 최소한, 병에 걸린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소송은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12년 반올림의 활동에서도 이렇게나 악질적인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서울반도체 대표이사의 주장처럼 이런 악랄한 행동을 서울반도체 노동자들이 결정했을 거라고 믿기는 힘듭니다. 정말로 사업장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에게 사업장 안전성을 검증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디 서울반도체의 몰지각한 소송이 중단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십시오. 회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실추된 노동자들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부탁드립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전화: 02-3496-5067 ,  팩스: 02-6442-5065,  주소: (우 156-827)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1049-4 경신빌딩(남부순환로 2019) 5층 501호,  반올림 홈페이지(다음카페):  http://cafe.daum.net/samsunglabor,  후원계좌 : 국민은행 043901-04-206831 (예금주 : 반올림)(기존 후원계좌를 2013년 9월부터 위와같이 통합, 변경하였습니다.) * CMS정기후원 http://goo.gl/xyJ9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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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1 [00:01]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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