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악성림프종 피해노동자 이가영 님(92년생) 4월 8일 밤11시 43분 사망
[추모성명]스물 여섯, 짧은 생을 마감한 서울반도체노동자 이가영 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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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에서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며 일하다가 악성 림프종에 걸려 투병하던 이가영 님이 48일 밤 1143분에 사망하였습니다.

 

▲ 서울반도체 악성림프종 피해노동자 이가영 님     ©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이름을 가진 가영님은 몹쓸 병마와 투병하느라 좋아하던 벚꽃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절대 의식을 놓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굳은 치료 의지를 보여주던 착하고 강한 딸이었습니다. 고인께서 이제는 부디 평화롭게 쉬시기를 바랍니다.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이가영 님은 20179월에 악성 림프종을 진단받고 힘든 투병을 이어왔습니다. 20189월에 림프종이 재발하여 다시 독한 항암치료를 받은 뒤 20191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810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이가영 님의 악성 림프종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여, 그나마 무거운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2월 초, 퇴원한지 사흘째 되던 날,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이 집으로 찾아와 산재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가족들이 제발 그처럼 부당한 행동은 하지 말아달라고 절규했지만, 회사는 이미 1월에 취소 소송을 제기한 뒤에 사후 통보를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반올림에서도 서울반도체()에 공문을 보내어 소송이 이가영 님과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설명하고 소송 취하를 정중히 부탁하였으나, 회사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서울반도체()는 고인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어떠한 교육이나 보호조치도 제공하지 않은 채 주야 2교대로 12시간씩 일을 시켰던 사업주입니다. 이를 반성하고 직업병의 고통에 위로를 건네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최소한의 치료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산재보험 보상마저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다니요. 무엇보다 재발과 치료로 몸과 마음이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회사의 통보가 가영님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를 생각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인을 비롯하여 여전히 수많은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거나 숨지고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아픕니다. 도대체 왜 이런 질병이 발생하는 겁니까. 왜 아직도 반복되어야 하는 겁니까. 진상을 규명하여 예방하고 피해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보상을 제공해야 할 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언제쯤 실행되는 겁니까. 아니,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기업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막을 장치 하나도 없이,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눈물만 흘려야 하는 겁니까. 앞으로 제2, 3의 이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믿을 희망의 근거를,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합니까.

 

서울반도체()는 당장 소송을 취하하십시오. 정부는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예방을 위하여 유해물질 사용과 노출을 더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마련하십시오. 더 이상 미루면 안됩니다. 우리는 희망을 찾고 싶습니다.

 

고 이가영 님을 사랑했던 분들게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2019. 4. 9.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첨부자료> 20192. 서울반도체에 보낸 반올림 공문

고 이가영님 약력

1992년 출생

20115월 에스피반도체통신() 입사

20152월 서울반도체() 파견근무, 같은 해 5월 정규직 입사

20179월 악성림프종(역형성 대세포림프종) 진단

20189월 림프종 재발, 같은 해 10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 인정

20191월 서울반도체()가 산재인정 취소 소송 제기

201948일 사망

 

빈 소연세신촌세브란스병원 7호실

(고인은 투병 중에 하윤으로 개명하였습니다)

발 인 2019410일 오전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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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9 [19:22]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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