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훈 "예수님, 이번 대림절에는 이 땅에 오지 마십시오!”
[기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수원본부 상임대표 정종훈 목사
이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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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정종훈 목사. ⓒ뉴스Q

모든 골짜기는 메우고, 모든 산과 언덕은 평평하게 하고, 굽은 것은 굽게 하고, 험한 길은 평탄하게 해야 할 것이니.... 지금 교회는 대림절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방금 읽은 이 말씀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에 관한 성경 구절의 하나입니다.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까?

세월호 학살 이후 돈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무수히 외쳤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돈의 위력 앞에 생명이,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자본에게 이용당하고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어찌해야 합니까?

비정규직 하청 청년노동자 고 김용군 님은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정하고 위험한 곳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윤을 실현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의 환경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국가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빌미로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습니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에서 생명의 가치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구의역에서 컵라면과 함께, 그의 꿈을 담아놓은 가방을 남긴 채 죽임을 당했던 김 군. 공개된 유품에 컵라면이 들어있던 오늘 이 자리 또 한 명의 김 군. 판박이처럼 닮은 사회적 살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촛불 이후 3년이 다 돼가도록 문재인 정부는 언제까지 노동자들의 죽음을 바라보고만 있을 겁니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요? 3년 가까이 지시만 할 겁니까?

이번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에는, 제가 비록 목사이긴 하지만, 이 땅에 오시지 말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평등하지 못한 이 땅에 오지 마십시오. 돈 귀신이 씌인,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당신의 탄생을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꼭 오셔야 한다면, 세상의 자본과 권력과 한통속이 돼버린 교회가 아니라, 돈 귀신에 씌워 온갖 혐오와 반인권적 잣대를 행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아니라, 저 태안으로 오십시오. 어두운 석탄 더미 속 컨베이어 벨트로 오십시오.

조문을 온 세월호 가족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세상이 왜 나를 왜 버리냐고 울부짖는 부모님의 절규 속으로 오십시오. 외아들의 처참한 죽음 앞에 흘러내리는 그 부모님의 피눈물 속으로 오십시오.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청노동자들, 굴뚝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오십시오.

이제 우리는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야 합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고 김용균 님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십시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 대화 하십시오. 정부와 기업은 비정규직을 철폐 하십시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고 김용균 님 추모의 자리에 모인 여러분, 우리 모두 더 힘찬 투쟁으로 고 김용균 님이 원했던 세상,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갑시다!

*이 글은 19일 저녁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열린 ‘서부발전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경기추모제’에서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정종훈 목사가 낭송한 추모 편지의 일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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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0 [12:31]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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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비정규직, 죽음의 외주화, 경기추모제, 민주노총 경기본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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