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장의 시간을 따뜻하게
[김신례의 향기로운 책 이야기] 이병률 ‘끌림’을 읽고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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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률 산문집  '끌림'의 표지   © 수원시민신문
가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고 있다.
언제나 이맘때쯤에는 ‘어느새, 벌써 일년이..’라는 말을 하게 되며 놀라게 된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을 뿐인데 눌려 담겨진 열 한 달이 지나고 겨우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나에게 올 한해는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괜한 생각을 한 번 더 해보는 12월이다. 어찌 돌이켜 보니 쉼 없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치열했던 일상에서 웃고 울면서 나는 분명 더 많이 단단해 졌음을 알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인 요즘, 나름 시간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책을 읽고 있다. 우선순위 없이 닥치는 대로 이 책, 저 책 한꺼번에 많이도 읽고 있다.
 
요즘은 무거운 소설 이야기보다는 감성적으로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책들에게 마음이 더 뺏기고 있는 것 같다. 지나온 여러 달을 무겁고 꽉 차게 보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병률의 ‘끌림’이란 책이다.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의 어느 책에 얌전히 추천되어진 것을 보고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점으로 내달려 집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이 책은 한번 읽고 덮었던 책이 아니다. 책상 언저리 이곳저곳에 두면서 아무렇게나 펼쳐서 그 페이지의 내용을 읽고 읽어서 다시금 내 감정에 되새김질까지 해보는 책이다.

요즘은 어쩌면 신간 소설보다 여행에세이 책자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이 점점 일상을 놓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여행에세이쯤 되는 책장에 꽂히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읽고 느낀 이 책은 흔하게 넘쳐나는 그 책장으로 몰리기엔 많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단숨에 다녀온 여행사진 몇 컷과 함께 담겨진 허술한 책이 아니다. 십년의 세월을 세상 밖으로 떠다니면서 담담하고 진진하게 겹겹이 이야기다.
그 무엇보다 거짓이 없어서 읽고 또 읽히게 되는 책이다. 말 그대로 계속 끌리는 책이다.
 
“태어난 건, 우연의 힘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므로 기억될 가치가 적지만 한사람이 세상을 살았고, 그렇게 떠나는 것은 인류에게 더 없이 기억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므로 일일이 그 날짜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너는 말했다.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어서 가치가 적다고 생각되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뜻한건,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거라 생각한다.”

-따뜻한 기록- 중에서
 
뜨거운 바람이 확 끼쳤다. 내 모습이었고, 내 마음이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이 많고 의미있는 것들이 많은 나는 언제나 어수선하고 성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기분이었고, 가끔은 그런 기분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눈치를 보기도 했다. 따뜻해지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이 유난스럽게 보이는 이상한 세상이 난데없이 나타나기도 하니 말이다.

지나온 열 한 장의 달력을 괜스레 넘겨보면서 한 숨 짓는 것이 아니라 한 장으로도 충분한 올해를 따뜻하게 보냈으면 한다. 올 해 나를 끌리게 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해 보지 못했다면 차분하게 담금질하면서 내년을 약속해 보는 것도 좋고, 내년에 나를 끌리게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만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 아닌 이십날 이상으로 남았다 생각하고 따뜻한 12월을 보냈으면 한다. 따뜻한건, 유난 스럽지 않다. 그저 따뜻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웃고 있을 테니까. 
 

                                                                                               김신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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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07 [10:18]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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