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는 이 순간
[김신례의 향기로운 책 이야기] 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
김신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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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률 작 '바람의 사생활'    © 수원시민신문
나는 오랜 시간동안 책 읽기를 즐기고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단 몇 줄 씩이라도 글을 쓰는것에 익숙해 지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작은 감동도 맛보는 것 같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지인들은 “시” 라는 것을 좀 더 가까이 하기를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오랜 시간동안 “시”를 가까이 하지도 못했고, 겁이 나기도해서 멀리 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나에게 “시”는 포근한 존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참 고마운 계기가 있었다.
여행 중 만난 어느 농부시인이 나에게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다. “시”라는 것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결코 멀리 해서도 안되고 멀리 해지지도 않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그 시인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몇날며칠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을 돌보고 자연을 손끝으로 느끼며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강물을 원고지 삼아 시를 써내려 간다고 하셨다. 그 농부시인의 말을 듣고 돌아서는 길에서부터 내 마음으로부터 아주 사소한 다짐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시를 읽어보자’

성급해진 마음에 덥석 어렵다고 느껴지는 시 대신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시를 접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읽게 된 이병률시인의 “바람의 사생활”이다. 일단 나는 이 시인을 참 좋아한다. 끊임없이 떠나고 길 위에서 사랑하고 시련을 겪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잠시 돌아오고 또 떠나는 시인의 일상들이 참 좋다.

십년의 세월동안 지구의 세바퀴쯤 되는 거리를 끊임없이 돌아다녔던 시간을 담담하게 엮은 산문집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그 책(끌림)을 읽으면서 내내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과 떠나야만 한 호흡 한 호흡 다듬으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면서 지루한 일상에 산들바람처럼 가볍고 기분좋은 활력이 되었던 기억이 있어 처음부터 호감으로 읽게 되었다.

바람. 그 바람은 시인 본인이겠지.. 그리고 시인의 사생활을 담아낸 것이겠지..싶은 마음으로 긴 호흡으로 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점심'
 
   세상은 사람들이 먹는 찌개냄새로 수북한데,
   소년은 자꾸 찬밥을 넘기고,
   나는 애써 먼 곳을 보느라 얹힌것도 모른다
   애써 먼 곳으로 마음을 미느라 입이 돌아간 것도,
   행여 흐려질세라 그 풍경을 받치고 있던 팔이 저려 오는 줄도 모른다
 
알 것 같다기보다 무언가 울렁거림이 느껴졌던 시다. 세상의 웅성거림과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내 환경속에서만 치여서 살아가고 있을 뿐 이라는 느낌. 적막하고, 때로는 서글프기도 한 일상의 고단함. 왠지 그런 미묘한 감정들이 울컥 치고 올라와 참 좋았다.
해석을 하듯 정답을 찾아내지는 못하지만 미묘하게 알것 같고 내 마음이 순간 동요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싶고 그 순간 나에게 참 좋은 시로 시인의 것만이 아닌 내 것이 되어지는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림동'
 
   집집마다 빨래 마르는 냄새가 하늘하늘
   담벼락에 위태로이 올려둔 양동이에 고구마 순이 자라고 있다

   (...)
   햇빛은 찬란하고 나를 둘 데가 없다 시를 생각하느라 여기까지 왔다
 
아. 절로 장면이 그려지면서 사진 조각들처럼 내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는 기분 좋은 시다.
순간을 담아내고 글로 남겼으니 이보다 더 따뜻한 시는 없지 않나 싶다.
나는 오래전부터 매일매일 순간의 감정을 적어두곤 한다. 맑은 날의 쨍한 기분을 적기도 하고 비오는 날의 축축한 기분을 적기도 하고 그냥 무덤덤하고 말줄임표만 찍어두기도 한다. 문득 시를 읽고자 하는 요즘 드는 생각은 어쩜 나도 어색하고 어설픈 생활시인이 아니었나 하는 쑥스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손끝에 감기고 머리카락 끝에 흔들리는 바람을 느끼며 ‘바람이 좋다’ 라며 웃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우리 모두는 시인이지 않나 싶다.
끝맺는 마침표도 없고 답도 없어서 더욱 좋아지는 시, 살아가면서 누구나 가슴속에 좋아하는 시인하나 품고 지내는 것이 꽤나 멋지고 든든한 행복이라 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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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례 시민기자  - 시와 글을 사랑하는 수원시민으로 사회적 기업 '우리동네' 커피점(성대점) 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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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05 [11:36]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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