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스미는 숲
[김신례의 향기로운 책 이야기]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을 읽고
김신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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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 수원시민신문
오늘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촉촉하지 않고 축축하게 다 젖을 정도로 많은 비가 여러 날, 참 많이도 내리는 구나 싶다.

얼마전에 다녀왔던 여행 내내도 비가 내렸다. 출발 전 부터 불편하고 조금은 귀찮은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도착한 그곳의 풍경이 나의 칭얼거림을 쏙 들어가게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곳에 숲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숲이 있고, 비가 내리니 그 많고 많은 빗물은 조금도 헛되지 않고 고스란히 숲이 담담하게 스미고 있는 모습이여서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여태 내가 읽었던 김훈의 소설은 어쩐지 힘이 있고 무게감이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된 “내 젊은날의 숲”은 섬세하고 단정했으며 보드라운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연주가 수목원의 세밀화가로 1년동안 일을 하게 되고 숲속에서 살고, 숲을 들여다 보면서 끝내 그녀가 사랑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스미고 나온것 같은 풍경이 그려진다.
횡령죄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아빠를 외면하는 엄마는 끊임없이 연주를 통해서 아빠의 존재를 확인하고 되묻는다. 겉으로는 싫어 죽겠지만 그 부재 속 에서도 존재를 확인하는 엄마는 결국 아빠를 사랑하고 가여워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질척거림 생활 속 에서 사는 엄마와 아빠를 등지고 수목원에서 생활하던 연주.
눈 덮인 숲 속의 추위는 바라보기에 따뜻했다고 느끼면서 시작된 수목원의 생활 속에서 그녀는 안요한, 김민수, 그리고 신우를 통해서 소란스럽지 않게 엉키는 감정들로 사랑을 느껴가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숲속의 나무, 꽃들을 세밀하게 그리는 작업을 하면서 그녀는 그 숲속의 공기와 바람과 추억까지 담아내고 있지 않았나 싶다.

여린 햇살이 다가오면 잔설 속에서 봄을 맞는 숲은 짙은 풋내를 풍겼고, 여름의 숲은 크고 깊게 숨쉬고. 가을의 숲은 빛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서서 먼 안쪽이 환하면서 숲의 가장자리가 바스락 거린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처럼 숲을 느끼고 담아낼 수 있었던 그녀가 나는 참 많이도 부러웠다. 사랑이라고 크게 떠들지 않았지만 그녀가 1년동안 수목원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보고 느끼던 것은 분명 사랑이였다고 생각이 든다.

숲 속에서 꽃들이 퍼지고 이파리가 춤을 추고 웅크리기도 하는 것들에서 살아있음이 느껴졌고 그 생생한 풍경이 내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져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곳에 없고 그 숲속에 있는 연주가 된 듯 했다.
내가 연주가 되고 연주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들뜬 마음에 다급하게 읽었던 책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오랜시간을 들여 한 줄 한 줄, 풍경 하나하나를 제대로 그리면서 다시금 읽고 싶은 책이었다.

계절의 변화가 좋고 날씨의 사소한 반응이 좋은 나로써 그 숲은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김신례 시민기자 (우리동네 커피집 성대점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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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7/04 [13:27]  최종편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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