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비밀대화 채널 “북이 원하는 건 평화협정”

[VOA인터뷰] 북 고위급과 14차례 비밀대화한 너지 데바 EU의회 한반도단장

김리나 기자 | 기사입력 2018/03/25 [21:29]

남·북·미 비밀대화 채널 “북이 원하는 건 평화협정”

[VOA인터뷰] 북 고위급과 14차례 비밀대화한 너지 데바 EU의회 한반도단장

김리나 기자 | 입력 : 2018/03/25 [21:29]
▲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왼쪽).[사진 : 자주시보 홈페이지]

북한(조선)이 원하는 건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최근까지 남·북·미 사이에서 중립적인 비밀대화 채널로 활약해 온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각) 밝혔다고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보도했다.

지난 3년 동안 북쪽 고위당국자와 14차례나 비밀대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데바 의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와 전화인터뷰에서 “북은 체제 보호 수단인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데바 의원은 또 “북미 대화가 실패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견해가 현 정세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인터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3년 동안 북한(조선)과 14차례 비밀대화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 동안 대북 대화를 비밀로 유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북한(조선)과 총 52차례 비밀회동을 가졌다.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국 인사들이 북을 방문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날 것이란 발표는 모두 공개적으로 이뤄졌지만. 저희 외교는 공공장소에서 진행됐지만 비공개로 어둠 속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저희 의원들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저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개할 의무가 있다.”

- 어떤 북한(조선) 관리들을 만났나?

“이름을 공개할 순 없지만, 북한(조선) 정부가 보낸 사절단부터 부처 장관급, 그리고 대사급 인사까지 다양했다.”

- 이런 활동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저희는 한국, 일본, 미국, 북한(조선), 러시아 등 각국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이 모든 대화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 관리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북은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포기해야 할 만큼의 희생을 주민들에게 요구하고 엄청난 자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관점에선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을 땐 바로 이렇게 묻더라. ‘카다피가 핵을 가졌다면 지금 살아있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느냐.’ 북은 핵을 포기할 경우 정권이 교체되는 등 외부 세계가 그들에게 무슨 일을 가할지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북의 관점에서 핵보유는 생존 문제라는 거다. 때문에 북은 (체제 안전을)보장받을 때까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북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이다. 정전협정 64년이 지나도록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가 인류 역사상 어디 있는가?”

- 북은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북은 핵무기를 가능한 과정 중 하나로서 포기하는 것이지 대화도 하기 전에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뜻이다. 대화의 전제조건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일단 대화를 해보고 안전이 보장되는 과정이 성공적이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거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핵무기 포기는 대화의)전제조건이 아니라 과정 중 하나가 돼야 한다는 거다. 마가렛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 헬무트 콜이 냉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만났을 때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없었다. 결국 냉전 종식과 베를린 장벽 붕괴, 핵무기 시설 폐기로 이어져 평화를 찾게 됐다.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며 대화에 나서겠다는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추측들이 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느꼈을 수 있다. 둘째 이유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에 피해를 주기 시작해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는 걸 북 수뇌부가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저도 잘 모르겠다. 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북에 손을 내민 용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함께 작용해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론 영원한 평화를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대화가 결코 실패해선 안 된다는 거다. 대화가 실패한다면 대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 될 테니까. 대화를 위한 준비가 중요하다. 대화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상호 존중과 상대방의 레드라인을 인지해야 한다.

- 그럼 북과 미국, 한국의 레드라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 부분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관련국 사이 외교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문제이다.”

- 그렇다면 그간 북 인사들과 비밀대화에서 얻은 이해를 토대로 북과의 대화를 앞두고 있는 미국과 한국 등 각국 관리들에겐 어떤 조언을 하고 있나?

“지난해 백악관에서 두 시간 동안 백악관 선임고문과 얘기를 나눴다. 미국은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한국의 정의용 실장도 잘 알고 있고. 미 국무부도 물론 알고 있다.”

- 한반도 비핵화와 북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히 긴밀하게 움직이신 것처럼 들린다.

“유럽의회는 평화라는 이익 외엔 어떤 시각이나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이 저희의 올바른 임무이다. 이 문제에서 저흰 완전히 중립적이다. 그 임무대로라면 유럽의회를 통해 이 문제와 연관된 국가들이 특정 합의에 이르도록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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