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삼성한테 제대로 찍힌 거 같아요”
이건희 사면 때 체포된 노무사이야기

[인터뷰]‘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이종란 노무사

수원시민신문 | 기사입력 2010/01/05 [10:43]

“제가 삼성한테 제대로 찍힌 거 같아요”
이건희 사면 때 체포된 노무사이야기

[인터뷰]‘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이종란 노무사

수원시민신문 | 입력 : 2010/01/05 [10:43]
“정말 희한한 경험이었죠. 체포와 강제연행, 그리고 7시간 만에 석방되는 기막힌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삼성한테 찍혀도 제대로 찍힌 거 같아요.”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노무사 이종란씨가 4일 한 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리거나 숨진 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중인 이 노무사는 지난해 말(12월29일) 집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명박 정부가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한 날이었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결국 법정으로)

혐의는 간단했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민웅씨 추모제’를 집회신고 없이 개최했다는 거였다. 이 노무사는 다음 날(30일) 수원남부경찰서에 출석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더구나 체포에 나선 경찰은 멀리 서울종로경찰서 보안과 소속임이 알려졌다. 체포된 뒤 이 노무사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

“묵비권을 행사했죠. 그런데 아무런 혐의도 파악 못해놓고 그냥 나가라는 거예요. 이건희는 사면하고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파헤친 활동가를 체포했다는 기사들이 나오니 부담됐나 봐요. 과잉충성하려 했는데 사면에 재 뿌리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겠죠. 사실 죄값을 제대로 치루지 않은 이건희는 사면 대상이 아니라 구속수감대상이잖아요.”
 
▲ 이종란 노무사는 “지금은 삼성 노동자들이 현장을 바꾸고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 뒤 “반도체 노동자들이 아프지 않고 안전하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은 지난12월30일 수원역 앞 촛불문화제 때 모습이다.     © 수원시민신문

 
“이건희는 사면 대상이 아니라 구속수감대상”
 
이 노무사와 삼성의 ‘악연’은 제법 뿌리가 깊다. 2003년 노무사 생활 시작 후 줄곧 수원에서 일해 왔다. 아무래도 수원이 ‘삼성전자의 도시’이다 보니 이래저래 ‘삼성’과 만날 기회가 잦았다.

게다가 이 노무사는 ‘삼성’과 친척 관계인 ‘신세계 이마트’ 해고자이기도 하다. “노동의 경험도 없이 노무사 업무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2004년 계산원으로 입사해 4개월가량 일하다 잘린 것”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적극 관여하게 된 건 그 뒤 3년이 지나서였다.

“2007년 9월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당시 23세)의 아버지(황상기씨)를 만났습니다. 다산인권센터와 같이 만난 자리였는데 ‘내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면서 집단 발병이 있었다는 얘길 하셨어요.”

그해 11월부터 이 노무사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함께 삼성백혈병 문제를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피해 사례를 모아 발표했고, 희생자들의 추모제를 열었다. 이른바 ‘무노조경영’ 뒤에 감춰진 삼성 노동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알려 나갔다.
 
삼성본관 앞에서 1인 시위와 홍보물을 나눠줬다가 삼성한테 고소(불법집회와 업무방해 혐의)당하는 일도 겪었다. 백혈병 사망노동자 5명의 산재 인정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공단)은 지난 해 모두 ‘산재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이의 제기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행정소송에 승소해 산재 인정되도록 노력할 것”

이 노무사는 “공단은 발병 원인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으니 (산재를) 승인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개인질병이란 게 입증이 안 되면 산재로 보고 치료권을 인정해 주자는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 판정”이라고 꼬집었다.

공단의 ‘산재 불승인’과 관련 이 노무사는 다음 주 월요일(11일) 행정법원에 불승인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 노무사의 2010년 새해 꿈은 야무지고 단단했다.

“행정소송 다음엔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가겠죠. 하지만 반드시 승소해 산재가 인정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백혈병 같은 희귀질환을 앓은 분들이 23명이나 됩니다. 지금은 삼성 노동자들이 현장을 바꾸고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많은 제보가 들어오길 바라고요. 저도 반도체 노동자들이 아프지 않고 안전하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 이종란 노무사가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사진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2009년 12월30일 수원남부경찰서 앞 집회 중).     ©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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