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촌놈’ 변세현卞世炫의 목요일木曜日 함께 읽는 시詩84호-정성수 ‘2월의 시’

《겨울나무가 전하는 말》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2/01 [09:41]

‘충청도촌놈’ 변세현卞世炫의 목요일木曜日 함께 읽는 시詩84호-정성수 ‘2월의 시’

《겨울나무가 전하는 말》

편집부 | 입력 : 2024/02/01 [09:41]

 

겨울나무가 전하는 말

 

1.

그리고 2월이 왔다. 글피면 벌써 입춘立春이다.

 

세월여류歲月如流란 말은 진부하다. 진부한 만큼 또 상투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 중에서 이만큼 우리의 가슴을 아득히 적시는 말이 또 있을까.

 

이 말 속에는 외로움도 아니고 그리움도 아니고 쓸쓸함도 아닌, 이 모든 감정들을 한데 뒤섞어 놓은 듯한 현묘玄妙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이렇게 현현묘묘玄玄妙妙한 그 무엇인가가 내 가슴에서 스멀거리면 불현듯 한 구절의 선시禪詩가 떠오르는 것이다.

 

綠水光中古木淸(녹수광중고목청)

푸른 물빛 속에 고목이 싱그럽다

 

  용대리 느티나무, 그리고 표지석과 정자 © 변세현 작가

 

2.

나는 늘 다니던 아침 산책길을 살짝 벗어나,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는 언덕길로 접어든다. 느티나무 곁에는 조촐한 정자와 군 보호수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 의하면 이 나무의 수령樹齡은 약 240살 정도로 추정된다. 천년 넘게 산다는 느티나무의 수명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꽤 젊은 나무. 젊은 만큼 그 수형樹形은 매우 풍성하고 위풍당당하다.

 

 

이 땅의 노거수老巨樹 중에서 당나무나 정자나무로 그 수가 가장 많다는 느티나무는, 원래 수피樹皮가 너덜너덜 벗겨지는 모습이 늙은 티가 난다고 해서 늙은티나무로 불리다가 차츰 변하여 느티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젊은 느티나무의 늙은 티 나는 껍질을 몇 낱 주워 들고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 까마득히 우듬지를 우러른다. 가지들은 그 무성하던 잎을 다 떨군 채, 이제는 까치집 하나 품고서 무수한 겨울눈을 달고 있다.

 

그렇다. 저 나무는 영특하게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겨울눈을 만들고, 겨울눈을 믿으며 이 혹독한 계절에도 의연毅然히 버티며 돌올突兀히 서 있는 것이다.

  

3.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붙박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더 영리하게 진화해 왔다. 나무는 날이 점점 추워지고 햇빛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 동안 잎을 가지고 있을지, 떨어뜨릴지 선택한다.

 

나무는 날이 추워지면 몸속의 수분 때문에 쉽게 얼어붙을 수도 있고, 또 겨울은 매우 건조해서 표면적이 넓은 잎을 가진 나무(=활엽수闊葉樹)들은 쉽게 수분을 잃고 말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는 햇빛이 줄어들고 건조한 계절이 오면, 광합성 기관인 잎을 유지하는 에너지와 햇빛을 통해 생산하는 에너지를 저울질하게 된다. 낙엽활엽수와 상록수는 이런 문제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진달래(좌)와 철쭉의 겨울눈 © 변세현 작가



낙엽활엽수들은 햇빛이 줄어들고 날이 추워지는 것을 감지해 호르몬을 변화시키고 잎을 떨어뜨려 스스로 생장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잎이 분리되는 자리를 탈리대脫離帶라고 하는데, 이것은 다시 분리층(=이층離層, 떨켜)’보호층으로 나뉘어진다.

 

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분리층의 세포가 점점 약해지면서 그 부분이 분리된다. 그러고 나면 그 자리는 상처가 난 것같이 외부에 노출된다. 그래서 낙엽 지는 나무들은 외부의 균이나 곰팡이의 침입을 막기 위해 분리층 아래 보호층을 만들어 세포들을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든다.

 

그리고 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흔적이 남는데 이를 엽흔葉痕(=잎자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잎의 흔적이라기보다는 잎자루의 흔적이며,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물과 영양분이 이동하던 관속管束(=관다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관속흔(bundle scar)’은 그 수와 배열 모양이 나무에 따라 달라서, 고수들은 그 모양만으로도 수종樹種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엽흔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바라보면 매우 특이한 문양이나 귀여운 동물, 혹은 웃거나 우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나무들은 이렇게 제각기 다른 엽흔의 위나 가지 끝에다 또 제각기 다른 겨울눈[=월동아越冬芽]’을 만들고, 그것이 얼거나 마르지 않도록 잘 보호하면서 겨울을 나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겨울눈은 잎눈꽃눈’, 그리고 잎눈과 꽃눈이 함께 들어 있는 혼합눈(=혼아混芽)’이 있는데, 대체로 뾰족하고 작은 것이 잎눈이고 둥글고 큰 것이 꽃눈이다. 잎눈은 잎의 압축된 정보를, 꽃눈은 꽃의 압축된 정보를 갖고 있는 작은 생명체이자 소우주

 

이 작은 생명체를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무는 다양한 방법으로 겨울눈을 만든다. 목련처럼 보드라운 털로 여러 번 감싸는 종도 있고, 칠엽수처럼 기름을 바른 껍질로 둘러싸는 종도 있다. 그리고 벽오동처럼 여러 겹의 껍질로 에워싸는 종도 있다.

 

가으내 작은 보랏빛 구슬처럼 생긴 어여쁜 열매를 달고 있는 작살나무의 겨울눈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눈이다. 이 나무의 겨울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2세들을 강하게 키우려 하는 것인지, 검소하게 키우려 하는 것인지, 실없는 궁금증이 들 때도 있다.

 

  칡의 엽흔葉痕 - 사람의 얼굴 모습이 흥미롭다. © 변세현 작가

 

4.

느티나무 정자에서 내려와 터벅터벅 고샅을 빠져나와 골프장 언저리로 가본다. 몸통은 골프장에 다 빼앗기고 간신히 발목만 남아 있는 숲에서 산딸나무의 겨울눈을 쓰다듬으며 그의 안부를 묻는다. 여태 진홍색 열매를 달고 있는 산수유에게 직박구리곤줄박이가 자주 찾아오는지도 물어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속에는 성충成蟲 상태로 겨울잠을 자는 곤충들도 있을 것이고, 애벌레나 알의 상태로 겨울을 나는 곤충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길이 없는 겨울숲을 걸을 때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데, 그러면서도 나는 혹시 내가 좋아하는 홍점알락나비의 유충幼蟲이 있는지 여기저기 살펴보는 것이다.

 

나는 또 떡갈나무 잎이 떨어져 쌓인 곳에서 잠깐 걸음을 멈춘다. 알의 상태로 월동하다 봄이 되면 애벌레가 되어 떡갈나무 잎을 먹으며 성충이 되는 은날개녹색부전나비의 알이, 떡갈나무 겨울눈에 붙어서 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겨울 산수유나무 – 열매는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 변세현 작가


5.

겨울은 봄을 품고 있기 때문에 겨울이다!”

 

볼품없는 이 한촌의 작은 숲에서, 나는 겨울나무들이 전하는 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를 듣는다.

 

나는 겨울나무의 전언傳言을 뜨겁게 껴안으며,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와 머지않아 울울창창 잎과 꽃을 피울 이 우람한 나무도 지긋이 껴안아 본다. 그러면서 식물은 동물 없이도 살 수 있지만 동물은 식물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 억 년 생물 진화의 가장 큰 비밀이 상리공생相利共生공진화共進化❯③에 있다는 어느 생물학자의 말을 뼈에 새기고 마음에 새기는 것인데, 새기면 새길수록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오늘도 <>이 연합하여 열심히 전쟁 연습에 광분하면서 공멸共滅로 치닫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이 더욱더 암울하여 비분悲憤과 강개慷慨를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 202421, 忠淸 鄕闇, 卞世炫


  

2월의 시

- 정성수

 

,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사족蛇足]

, 2월이 왔는데”,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 대답해 보라!

 

언제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이 엄혹한 현실에서, 미제의 주구走狗가 되어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갈 것인지, 일본 자위대가 이 땅에 상륙하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지...!

 

, 대답해 보라!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 바보가 될 것인가 /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낙수落穗]

조천제照闡提(?~?)경지境地중에서 석지현 역주해설, 선시 삼백수(민족사, 2020)

 

상리공생相利共生 : 서로서로 이롭게 하며 함께 살아감

 

공진화(coevolution) : 상호 작용하는 두 종의 생물 종이 있을 때,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반응하여 같이 진화하는 현상.

 

공진화의 대표적인 예가 식물의 수분과 이를 매개하는 곤충의 존재이다. 찰스 다윈은 여러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꽃잎 안쪽에서 꿀주머니까지의 길이가 28cm에 이르는 난초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윈은 이러한 특징은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며, 따라서 매우 긴 관을 따라 꿀을 섭취하며 그 과정에서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이 있을 것으로 예견하였다. 실제로 다윈이 사망하고 20년 후에 주둥이의 길이가 28cm 이상인 나방이 서식하며, 수분을 매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례는 상리공생하는 두 생물 종이 공진화를 거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다음은, 지난 119‘JTBC’가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전재全載한 것임.

 

북한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한국과 미국, 일본의 연합해상훈련에 반발해 수중 핵무기 체계를 시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19)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무모한 군사적 대결 광기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연초부터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이 도발적인 군사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이번 훈련은 지역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국방과학원 수중무기체계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의 중요시험을 조선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 군대의 수중 핵 대응태세는 보다 완비되고 있다미국과 동맹국 해군의 군사적 적대행위들을 억제하기 위한 해상 및 해저에서의 대응 행동은 마땅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들의 무모한 군사적 대결 광기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속 과감한 억제력 행사로 적에게 두려움을 주고 강력한 힘에 의거해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수중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올해 첫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훈련에는 우리 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2척을 포함해 미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5,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 등 2척 등 총 9척이 참가했습니다.


  

《❋ 참고 자료 및 참고 도서

인터넷과 유튜브의 각종 식물 관련 자료들

재단법인 카오스 기획, 기원, 궁극의 질문들(반디, 2020)

신혜우 글과 그림, 식물학자의 노트(김영사, 2021)

 


 

[알림]

 

본지는, ‘충청도 촌놈 변세현(卞世炫)’이 암울한 시대를 관통하며 느끼고 생각한 바를, 몇몇 지인들과 함께 읽기 위해 재작년 6월부터 써서 보내기 시작한 목요일木曜日 함께 읽는 시를 연재합니다.

 

글쓴이는 한때 재수학원에서 국어를 강의하며 호구(糊口)하였으나 그만두고 10여 년 산천을 주유(周遊)하다가, 지금은 충청도 한촌에서 텃밭 농사로 적당히 땀 흘리고, 반려견 한 마리 길고양이 네 마리 닭 아홉 마리와 즐거이 놀면서, 가끔 동지들과 만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62]부터 시작해서 계속 목요일마다 싣지만, 그동안 싣지 못한 글들은 엄선해서 날짜와 상관없이 실을 예정입니다. 많은 애정과 지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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