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벽쟁이] 끝나지 않은 여행

[수원일하는여성회 꾀벽쟁이] 살며, 느끼며, 그리고 생각하며...

편집국 | 기사입력 2012/01/20 [16:03]

[꾀벽쟁이] 끝나지 않은 여행

[수원일하는여성회 꾀벽쟁이] 살며, 느끼며, 그리고 생각하며...

편집국 | 입력 : 2012/01/20 [16:03]
                                                   
8주 동안의 여행이 끝났다. 
 
여독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나의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tip'을 받은 느낌이다.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인생을 통째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남은 것은, 그들과 꾸준한 관계를 해오며 오랫동안 소통하는 일이다.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구는 끊임없이 나를 자극한다.
이번 여행의 동기도 이것에서 비롯되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환경 속에서 낯선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만 모든 것에 적응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다.
 친히 여행 가이드가 되어 주셨던 박경장 선생님의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은 매번 나를 매료시켰다. 선생님의 느릿한 말투는 온 몸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고, 던져지는 물음은 생각의 물꼬를 터뜨리게 했다.
 
 특히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이는 ‘카프카’였다.
학부 시절에 잠깐 접하고서는 저만치 밀려나 있던 카프카였다.

 체코 프라하가 낳은 천재적 젊은 작가였던 프란츠 카프카. 자국 출신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널리 알려진 밀란 쿤데라도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으니, 그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그로테스크(Grotesque, 괴기하고 극도로 부자연스런 현상이나 양식과 행태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중반쯤 만났던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작품은 어찌 보면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의 실제 생활과 이력을 조금만 살펴보면 가부장적이고 일벌레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기를 못 펴고, 어린 동생들이 병과 전쟁으로 죽어나가고, 자신의 꿈마저 버리고 법학을 선택해야 했던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와의 불화 속에서 지낸 유년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의 자전적 테마가 아주 깊게 깔린 소설인 것이다.
벌레로 변하기 전에는 그나마 자신이 중심이 된 것이지만 벌레로 변하고 나서는 그는 바로 소외되고 물화(物化)된 인간으로 치부된다.
 
 살기 위한 사투는 벌레나 인간이나 똑같은 법이다. 그것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충돌 속에서, 벌레는 일종의 해방적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하고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이해되는 탈현실의 긍정적 의미도 갖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순간 세상과의 소통불능, 가족들의 몰이해, 변신의 고착화 등으로 인해서 인간의 육체적 실존에 대한 의식의 소멸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우리네 현대인들의 실존적 위기를 주제로 한 일종의 현대적 우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카프카 외에도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 비극의 정점에 서 있던 수많은 사람들, 낭만주의 음악가, 미술가, 작가들......, 시대의 한 부분을 풍미했던 그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실로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8주라는 시간이 인문고전의 방대함을 다루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하셨다. 숙제가 잔뜩 생긴 셈이다. 또다시 기회가 된다면 어김없이 찾아가 계속되는 여행을 할 생각이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던 덴마크 영화, ‘In a better world'를 보면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hubris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했던 여행은 끝이 났지만, ‘나’의 여행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이다. 

권미숙 꾀벽쟁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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